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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소득세율 내려야 | 박상근 | 04.07.07 | |
정부가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근로소득에 대한 소득공제를 확대하고, 소득세율을 내리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줄곧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산 서민층의 세부담을 줄이고, 계층간 소득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그 내역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정부가 말하는 '근로소득자 세금 경감'은 생색내기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정부는 그동안 근로소득자의 세금 부담을 줄여준다며 주로 소득공제를 확대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소득공제를 계속 확대하는 정책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닌다. 첫째,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과세 미달자를 양산해 낸다. 둘째, 소득공제의 조건에 맞지 않는 납세자는 세금 감면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셋째, 세금 산출의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금액이 줄기 때문에 소득이 높은 사람이 적은 사람에 비해 더 많은 세금 감면을 받게 된다. 따라서 정부가 중산 서민층의 세부담을 진정으로 덜어주려면 그 효과가 의심스러운 소득공제 확대 정책 대신 세액공제 확대와 과세표준구간의 상향조정, 세율 인하로 정책 선회를 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6년간 매년 세금 경감 효과가 제한적이고 불분명한 소득공제를 확대해왔다. 반면, 납세자 모두에게 확실하게 그 혜택이 돌아가는 근로소득 세액공제는 5년간 꿈쩍도 않고 그대로 유지돼 왔다. 종합소득세율도 95년 과세표준구간 조정과 세율인하를 한 뒤, 올해 처음 세율인하 부분만 그 개정안을 마련했을 뿐이다. 정부가 이번 소득세법 개정안에서 오랜만에 세율을 인하한 것은 근로소득자의 소비를 촉진하는 등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올해에도 과세표준구간을 조정하지 않은 것은 이번 개정안의 결정적인 결함이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과세표준구간을 만들 때인 95년과 현재는 경제 상황이 너무 다르다.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최고 근로소득세율(40%) 적용 대상이 되는 근로소득자는 99년 한 해만 해도 98년에 비하여 87.5%나 증가했다. 이는 연봉제나 스톡옵션제도로 고소득 근로소득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95년부터 평균임금상승률도 41.3%에 달해 일반적인 근로 소득자들도 세금 부담이 늘고 있다. 여기에 정부 당국은 21.5%에 이르는 물가상승률도 감안하지 않아 실질(實質)소득이 아닌 물가 상승을 감안하지 않은 명목(名目)소득에 세금을 부과해왔다. 이는 실질적으로 중산층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결과를 낳았다. 소득의 100%가 그대로 드러나는 우리나라 근로소득자들의 '유리 지갑 현상'은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경영자총연합회는 최근 "근로소득자의 세금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해 소득세에 대한 최저세율 9%가 적용되는 과세표준액을 1000만원 이하에서 1400만원 이하로 상향조정하고 최고세율 36%가 적용되는 과세표준액을 8000만원 초과에서 1억1000만원 초과로 과세표준구간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 놓았다. 이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근로소득자에 대한 세금을 깎아주는 대신 부족한 국가의 세수(稅收)는 음성 탈루 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와 자영업자에 대한 소득금액 현실화로 해결해야 한다. 이는 공평과세를 실현하면서 세수까지 늘리는 방안이 될 것이다. 정부가 봉급 생활자로부터 과중한 세금을 거두게 되면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고 건전한 소비지출마저 감소시킨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조세의 사회적 비용도 간과해서는 결코 안 된다. 국회는 소득세법 개정안 심의를 통해 근로소득세액 공제를 확대하고, 과세표준구간을 상향 조정해 근로소득자에게 실질적인 세금 경감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 2001. 10. 25. 조선일보 6면, 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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