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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法)위에 군림해 온 ‘세무사징계규정’ | 박상근 경영학박사 | 07.09.19 | |
현대 민주주의국가에서 국민은 법에 의해서 의무를 부과 받고 권리를 가진다. 이것이 법치국가의 기본원리다. 즉, 법치국가라면 국가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든가 국민에게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려면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하며, 또 법률은 국민만이 아니고 국가권력의 담당자도 규율한다.
이러한 법치국가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분야가 있다. 바로 재정경제부장관이 세무사를 처벌하기위해 만든 ‘세무사징계양정규정’이다. 세무사징계양정규정은 세무사가 세무사법 제2조에서 정하고 있는 세무사의 직무인 ‘세무대리업무’를 수행하면서 위법․부당한 사항이 있을 경우 또는 세무사가 직무를 수행과정에서 동법 제12조의 ‘성실의무’를 위반했을 경우 세무사를 징계하기 위해서 만든 재정경제부 내부규정이다. 그런데 세무사징계양정규정 제2조 제1항 제2호는 세무대리업무가 아닌 “세무사의 수입금액 누락 및 비용 과다계상”을 징계대상으로 규정해 놓았다. 세무사 자신이 경영하는 세무사업에 대한 세무신고는 세무사가 타인으로부터 의뢰받은 세무업무를 대리하는 것이 아니라 세무사 본인의 일을 직접 수행하는 것이다. 세무대리업무가 아닌 세무사자신의 일을 세무대리업무로 보고 처벌대상으로 규정한 현행 세무사징계양정규정은 명백한 법률위반이다. 설령 세무사가 경영하는 세무사업(사업 또는 부동산임대업)의 수입금액을 누락하거나 비용을 과다하게 계산해서 세금을 적게 냈다하더라도 이는 부가가치세법․소득세법 등 세금부과에 관련된 법을 위반한 것이지 세무대리에 관한 세무사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세무사를 징계할 수 없다. 이러한 논리는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의 판결로 그 타당성이 입증됐다. 이 경우 세무사도 일반 납세자로서 관련법에 의거 가산세를 물고 조세범처벌법에 의해 처벌대상이 될 뿐이다. 하지만 재정경제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대법원에 상고를 해 놓은 상태다. 세무사가 세무사법과 관련 직무규정을 위반했을 경우 국세청장은 재정경제부장관에게 세무사의 징계를 요구한다. 재정경제부장관은 세무사징계위원회를 열어 위반행위의 경중을 따지고 세무사징계양정규정에 정해진 양형(量刑)을 감안해 견책, 과태료부과, 일정기간의 직무정지, 등록취소 등의 처벌을 하게 돼 있다. 현행 세무사장계양정규정에 의하면 세무사의 수입금액 누락 및 비용 과다계상 금액이 2억원 이상이면 세무사등록이 취소되고, 5000만원 이상이면 1년 동안 직무가 정지된다. 500만원 미만 300만원 이상이면 과태료 100만원이 부과되고, 300만원 미만이면 견책을 받게 된다. 세무사가 세무조사를 받으면 곧 징계로 이어지게 돼 있다. 세무사의 수입금액 누락과 비용 과다계상이 단 1원이라도 있으면 징계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세무사 자신의 수입금액 누락 또는 비용 과다계상을 이유로 지금까지 처벌 받은 세무사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무사의 수입금액 누락과 비용 과다계상을 이유로 세무사를 징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낸 서울행정법원의 담당판사는 “이렇게 세무사가 부당한 징계를 당하는데 지금까지 왜 가만히 있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세무사회와 세무사가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지금까지 세무사는 세무조사를 받으면 곧 징계로 이어지는 신분상 극히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세무대리업무의 원만한 수행을 위해 관계당국에 할말을 제대로 못했다. 세무사 자신들은 그렇다하더라도 그동안 세무사회는 무엇을 했는지 세무사회 회원들은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재정경제부와 세무사회가 이 잘못된 문제를 조속히 그리고 원만하게 풀어야 한다. 물론 법에도 없는 세무사의 수입금액 누락과 비용과다계상을 징계대상에서 제외해야 마땅하다. 재정경제부는 두 차례의 법원판결로 명백해진 사안을 대법원에 상고하는 것으로 세무사징계양정규정의 개정을 미뤄선 안 된다. 그리고 잘못된 징계규정에 근거해 억울하게 처벌받아 명예가 실추되고 고통을 당한 세무사에 대한 명예회복 등 필요한 조치도 검토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세무사회는 회원의 권익보호에 더욱 노력하고, 세무사는 납세자의 세무대리업무와 자신의 세무신고업무를 한층 더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 2007. 9. 18. 조세일보,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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