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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세 과표구간을 조정해야 할 당위성 | 박상근 경영학박사 | 07.04.09 | |
정부는 납세자의 소득세부담액을 산출하는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과표)구간’을 지난 1996년에 최종 조정한 이래 10년째 그대로 두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조세정책은 언론과 학계 그리고 조세전문가들로부터 물가상승과 임금계산체계 변화 등 그동안의 경제 환경 변화를 세금계산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아울러 근로자의 실질소득이 아닌 명목소득에 세금을 부과함에 따라 세(稅)부담의 불공평을 야기하는 원인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정부는 세제개편 때마다 근로자의 세부담을 줄여준다면서 소득세 과세표준 계산시 연봉에서 공제되는 근로소득공제와 종합소득공제를 확대하는 소위 ‘소득공제확대정책’을 써 왔다. 정부의 이러한 소득공제확대정책은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과세미달자를 지속적으로 늘렸고, 소득세를 내는 일부 근로자의 세부담을 집중적으로 그리고 급격히 늘리는 소득세제의 왜곡을 가져왔다. 우리나라는 2005년 기준으로 전체 근로자의 52.9%가 1년 동안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과세 미달자다. 절반이 넘는 근로자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것이다. 1996년도 근로소득 과세미달자 비율이 39%였으므로 10년 동안 세금 한 푼 안내는 과세미달자 비율이 오히려 13.9% 늘어났다. 근로자 수와 근로소득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데 세금을 내는 근로자 수는 1996년 695만8000명에서 2005년 610만7000명으로 9년 동안 오히려 12.2% 줄었다. 정부의 세금정책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음을 증명한다. 근로자 중에서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과세미달자가 절반을 넘는다는 사실은 국민이면 한 푼의 세금이라도 부담하는 것이 납세의식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국민개납주의(國民皆納主義)에도 맞지 않는다. 미국․영국․일본 등 선진국은 80%이상의 근로자가 세금을 내고, 극소수인 20% 정도의 근로자가 세금을 내지 않는다. 정부의 소득공제확대정책이 근로자의 세부담을 어느 정도로 왜곡시켰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정부의 소득공제확대정책은 세금을 내는 근로자 수는 줄이면서 중산층 근로자를 비롯한 일정 계층의 세부담을 지속적으로 늘렸다. 1996년에 근로자 695만 8000명이 낸 세금이 4조8380억원으로서 1인당 세부담액은 69만5000원이었다. 2005년에 근로자 610만7000명이 낸 세금이 9조7782억원에 달해 1인당 세부담액이 160만1000원으로 2.3배나 뛰었다. 같은 기간 1인당 국민소득은 1만2197달러에서 1만6291달러로 1.3배 늘어나는데 그쳤다. 정부의 근로소득세 경감정책이 헛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부가 1996년부터 2006년까지 10년 동안 근로자의 세부담을 줄여준다면서 근로소득공제를 확대한 내용을 보면, 1996년, 1999년, 2000년, 2001년, 2003년 등 4년에 걸쳐 공제율과 공제한도액을 각각 인상했다. 그 결과 1996년 연봉 3000만원 근로자의 임금이 70%(매년 임금이 5%씩 오른 것으로 가정) 올라 2006년에 연봉 5400만원이 된 경우 1996년도 근로소득공제액은 1천180만원이고, 2006년도 근로소득공제액은 1천420만원이다. 근로소득자의 필요경비 성격인 근로소득공제액 증가율은 20%로서 물가와 연봉 상승률에 훨씬 못 미친다. 그동안 소득공제를 확대한 내용을 보면, 학생이 있는 근로자가 해당하는 교육비 공제, 의료비 지출이 있는 근로자가 해당하는 의료비 공제, 손해보험료 지출이 있는 근로자가 해당하는 보험료 공제, 장애인이 있는 근로자가 해당하는 장애인 공제, 주택을 취득하려는 근로자가 해당하는 장기주택저당차입금 이자상환액 공제 등 공제받을 수 있는 근로자가 극히 제한적인 특별공제를 중심으로 소득공제금액을 매년 확대해 왔다. 이와 같이 혜택을 받는 근로자가 제한적인 특별공제확대정책도 근로자의 세부담을 줄이는데 별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결론이다. 또 정부가 1996년 이래 10년 동안 소득세액 산출의 기초가 되는 과표 구간을 상향조정하지 않은 것도 근로자의 세부담을 늘리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물가를 감안하지 않은 명목소득에 세금을 부과했기 때문이다. 매년 임금상승률이 5%인 경우 1996년부터 2006년까지 ‘명목임금상승률’은 70%이고, 같은 기간에 소비자물가가 매년 3% 오른 경우 물가상승률은 38%가 된다. 이 경우 물가를 감안한 근로자의 ‘실질임금상승률’은 23%(1.70%÷1.38%)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명목임금상승률 70%가 반영된 임금에 실질임금을 기준으로 세금을 계산할 때 적용될 세율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 근로자에게 과중한 세금을 매겨왔다. 현행 과표 구간을 정할 당시인 1996년부터 2006년까지 정부가 세액공제 확대와 세율 인하, 그리고 과표 구간을 상향조정한 실적을 살펴보면 그동안 시행한 정부의 근로소득세 경감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했음이 드러난다. 먼저 근로소득세액 공제는 1996년에 산출세액 50만원 이하분 : 45%, 산출세액 50만원 초과분 : 20%, 공제한도 : 연 50만원이었다. 이후 1997년에 산출세액 50만원 이하분 : 45%, 산출세액 50만원 초과분 : 30%, 공제한도액 : 60만원으로 확대했으며, 2002년에 세액공제율은 그대로 두고, 공제한도액을 60만원에서 40만원으로 하향조정했다. 2003년에는 산출세액 50만원 초과분 : 30%는 그대로 두고, 산출세액 50만원 이하분을 45%에서 50%로, 2004년 이후에는 55%로 상향조정한 후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근로소득 세액공제한도액이 1996년 연 50만원에서 2003년 : 45만원, 2004년 이후 : 50만원으로 상향조정됐다. 정부가 2004년에 근로소득세액 공제액을 8년 만에 1996년에 공제받던 금액을 회복하는 수준으로 개정하면서 중산․서민층 세 부담 경감을 개정사유로 내세웠다. 과연 근로소득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개정사유인지 정부 스스로 자문해 볼 일이다. 다음으로 소득세율은 1996년에 ▲1,000만원 이하 10% ▲1,000만원 초과 4,000만원 이하 20% ▲4,000만원 초과 8,000만원 이하 30% ▲8,000만원 초과 40%에서, 2002년에 ▶1,000만원 이하 9% ▶1,000만원 초과 4,000만원 이하 18% ▶4,000만원 초과 8,000만원 이하 27% ▶8,000만원 초과 36%로 각 과표구간에 적용되는 세율을 10%씩 하향조정했고, 2005년에 ▶1,000만원 이하 8% ▶1,000만원 초과 4,000만원 이하 17% ▶4,000만원 초과 8,000만원 이하 26% ▶8,000만원 초과 35%로 각 과세표준구간에 적용되는 세율을 1% 포인트씩 인하한 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소득세율은 10년 동안 2002년과 2005년 단 두 차례 개정했다. 2002년 개정당시 정부가 내세운 세율개정사유는 “근로소득자와 자영사업자의 세 부담을 경감하여 근로의욕과 사업의욕을 고취하고, 성과급제의 확산과 신용카드사용 확대 등에 따른 세 부담 증가를 완화”하며 “최근 경쟁력 강화․경기회복 등을 위하여 경쟁적으로 세율을 인하(tax competition)하고 있는 외국의 세제 개편추이에 대응하여 지방세를 포함한 최고세율수준이 40%를 넘지 않도록 조정했다”는 것이다. 또 2005년에는 “국내경기 활성화를 도모하고 내수회복지연으로 어려움을 격고 있는 중산․서민층의 세부담 경감”을 개정사유로 내세웠다. 마지막으로 과표 구간은 지난 1996년에 조정한 후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현행 소득세 과표 구간과 세율은 ▲1,000만원 이하 8% ▲1,000만원 초과 4,000만원 이하 17% ▲4,000만원 초과 8,000만원 이하 26% ▲8,000만원 초과 35%이다. 예컨대, 직장인 A씨가 지난 1996년에 근로소득세 과표가 3,000만원인 경우 20%(1996년 당시 세율이며 2002년부터 18%로, 2005년부터 17%로 인하되었음) 세율을 적용받았지만, 그 동안 연봉이 올라 2006년에 근로소득세 과표가 5,400만원이 됐다면 가만히 앉아서 높은 세율 26%를 적용받게 된다. 이 경우 임금상승률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낮은 세율 18%가 적용되는 과표 구간 금액을 상향조정해 근로자의 세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근로자의 세부담을 덜어주려면 실질적으로 근로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근로소득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소득세율을 인하하며, ‘과세표준 구간’을 상향조정하는 방향으로 정책 선회(旋回)를 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근로소득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것은 세율체계를 왜곡시킨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정부는 현행 소득세 세율수준도 경쟁국보다 높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표 구간을 상향조정하는 방안’이 근로소득세를 경감하는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과표 구간을 상향조정하면 세율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세율인하효과를 거둘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소득세 과표 구간을 지난 1996년에 최종 조정한 이래 10년째 그대로 두고 있다. 그동안 물가가 많이 올랐고, 사회․경제현상이 변했기 때문에 과표 구간 조정은 그만큼 설득력을 갖는다. 그런데 정부는 과표 구간 상향조정에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소득세 과표 구간을 상향 조정하면 고소득자영업자만 이득을 보게 되고 세수확보가 곤란하다”는 이유다. 이는 정부의 잘못을 근로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자영업자의 소득을 제대로 파악해 세금을 매기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고 소득세 과표 구간 조정은 공평하고 현실에 맞는 세금을 매기기 위해 과세기준을 바로 잡는 일이기 때문이다. 둘째, “소득 8000만원 이하 대다수 근로자의 1인당 평균 세부담이 줄어들었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과세표준 구간별로 세금을 내는 ‘납세자 수’를 고러하지 않은 점에서 잘못된 이유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1996년 당시 532만 명이던 과표 1000만원 이하 소득 계층은 2005년 338만명으로 대폭 줄었다. 대신 물가가 오르면서 이들의 명목소득이 따라 올라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차 상위 과표 구간인 1000만원 초과 4000만원 이하 구간으로 올라선 사실을 알 수 있다. 같은 기간 과표 1000만원~4000만원대 인원이 157만9000명에서 240만6000명으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는 중산서민층의 세부담을 늘리는 요인이 됐다. 또 과표 4000만원~8000만원 구간을 구성하는 계층도 10년 새 25만1000명이 늘었다. 그리고 연봉제와 스톡옵션 등으로 고소득 근로자가 엄청나게 증가했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근로소득자 중 최고세율(현재 35%)을 적용받는 사람이 1996년에는 7천명(0.1%)에 불과했으나, 2001년에 21천명(0.3%), 2002년에는 28천명(0.4%), 2005년에는 5만3천명(0.87%)으로 1996년 대비 7.6배로 늘어났다. 그 동안 근로소득공제와 소득공제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으나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근로자가 7.6배로 늘었다는 사실도 과표 구간 조정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미국의 사례를 보면, 미국은 우리 돈으로 연간 3억1,837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최고세율(35%)을 적용한다. 우리나라는 연간 8000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최고세율(35%)이 적용되므로 미국의 25.1%에 불과하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GNI)은 1만6,291달러로서 미국 4만2,100달러의 38.7% 수준이다. 이를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소득세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표 구간은 적어도 ‘연간 1억23백만원을 초과하는 소득금액’으로 상향조정돼야 한다. 근로자의 과중한 세금은 임금상승압박요인으로 작용해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또 근로자의 소득과 소비 감소로 이어져 경제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소득세 과표 구간 조정은 1300만에 달하는 근로자의 세금부과기준을 바로잡는 일이므로 마냥 미룰 수 없다. 국회와 정부는 세수감소를 핑계로 소득세 과표 구간 조정을 미루지 말고 하루 빨리 ‘과표 구간을 상향조정하는 방향’으로 소득세법을 개정해 주기 바란다. / 월간 조세, 2007년 4월호, 시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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