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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소득세로 유리지갑 찰 날 없다 | 박상근 경영학박사 | 07.03.27 | |
정부는 세제개편 때마다 근로자의 세부담을 줄여준다면서 소득세 과세표준 계산시 연봉에서 공제되는 근로소득공제와 종합소득공제를 확대하는 소위 ‘소득공제확대정책’을 써 왔다. 정부의 소득공제확대정책은 근로자의 52.9%(2005년 기준)가 세금 한 푼 안낼 정도로 과세미달자를 양산했고, 한편으로 중산층을 비롯한 일부 근로자의 세금을 급격히 늘리는 세부담의 양극화를 초래했다.
정부의 근로소득세 경감정책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세부담은 대폭 늘어났다. 1996년에 근로자 695만 8000명이 낸 세금이 4조8380억원으로서 1인당 세부담액은 69만5000원이었다. 2005년에 근로자 610만7000명이 낸 세금이 9조7782억원에 달해 1인당 세부담액이 160만1000원으로 2.3배나 뛰었다. 같은 기간 1인당 국민소득은 1만2197달러에서 1만6291달러로 1.3배 늘어나는데 그쳤다. 정부의 근로소득세 경감정책이 헛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부가 1996년 이래 10년 동안 소득세액 산출의 기초가 되는 과세표준(과표) 구간을 상향조정하지 않은 것이 근로자의 세부담을 늘리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물가를 감안하지 않은 명목소득에 세금을 부과했기 때문이다. 매년 임금상승률이 5%인 경우 1996년부터 2006년까지 ‘명목임금상승률’은 70%이다. 같은 기간에 소비자물가가 매년 3% 오른 경우 물가상승률은 38%가 된다. 이 경우 물가를 감안한 근로자의 ‘실질임금상승률’은 23%(1.70%÷1.38%)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명목임금상승률 70%가 반영된 임금을 기준으로 높은 세율을 적용해 실질임금으로 세금을 계산했을 때보다 과중한 세금을 매겨왔다. 정부가 세금 한 푼 안내는 과세미달자를 늘리지 않으면서 근로자의 세부담을 덜어주려면 소득공제확대정책을 지양하고, 근로소득 세액공제 확대와 소득세율 인하, 과세표준 구간을 상향조정하는 방향으로 정책 선회(旋回)를 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근로소득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것은 세율체계를 왜곡시킨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정부는 현행 소득세 세율수준도 경쟁국보다 높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표 구간을 상향조정하는 방안’이 근로소득세를 경감하는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과표 구간을 상향조정하면 세율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세율인하효과를 거둘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소득세 과표 구간을 지난 1996년에 최종 조정한 이래 10년째 그대로 두고 있다. 그동안 물가가 많이 올랐고, 사회․경제현상이 변했기 때문에 과표 구간 조정은 그만큼 설득력을 갖는다. 그동안 근로소득공제와 소득공제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으나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근로자가 7000명에서 5만3000명으로 6.6배 늘었다는 사실도 과표 구간 조정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그런데 정부는 과표 구간 상향조정에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소득세 과표 구간을 상향 조정하면 고소득자영업자만 이득을 보게 되고 세수확보가 곤란하다”는 이유다. 이는 정부의 잘못을 근로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자영업자의 소득을 제대로 파악해 세금을 매기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고 소득세 과표 구간 조정은 공평하고 현실에 맞는 세금을 매기기 위해 과세기준을 바로 잡는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우리 돈으로 연간 3억1,837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최고세율(35%)을 적용한다. 우리나라는 연간 8000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최고세율(35%)이 적용되므로 미국의 25.1%에 불과하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GNI)은 1만6,291달러로서 미국 4만2,100달러의 38.7% 수준이다. 이를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소득세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표 구간은 적어도‘연간 1억2300만원을 초과하는 소득금액’으로 상향조정돼야 한다. 근로자에게 과중한 세금을 매기면 임금상승압박요인으로 작용해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근로자의 소비감소로 이어져 경제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정부는 세수가 감소한다는 핑계로 현실에 맞지 않는 소득세 과표 구간 유지를 고집하지 말고 하루 빨리 상향조정하는 방향으로 소득세법을 개정하기 바란다. 소득세 과표 구간 조정은 1300만에 달하는 근로자의 세금부과기준을 바로잡는 일이므로 마냥 미룰 수 없다. /2007.3.27. 매일경제. 테마진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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