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이 변호사로 활동할 당시 성공보수로 받은 수입금액을 신고 누락해 세금 2000여만 원을 내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 대법원장은 세무사의 단순한 실수로 세금을 덜 낸 것이기 때문에 떳떳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위 공직자의 탈세의혹이 불거졌을 때, 세무사의 잘못이라고 해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국회의원과 헌법재판관의 탈세의혹이 터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탈세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가 세무사의 잘못이라고 해명했는데도 세무사회와 관련 세무사는 침묵으로 일관함에 따라 세무사의 신뢰와 자존심이 큰 상처를 입었다.

이번에도 똑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 대법원장은 자신의 세금신고누락이 발생한 것은 세무사의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과거의 관례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세무사들은 이번 사건이 국민에게 세무사의 이미지가 고위 공직자의 세금탈루를 ‘방조’ 내지 ‘조장’하는 집단으로 고착되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 세무사회 홈페이지에는 이런 상황을 염려하는 회원들의 목소리가 높다.

지금까지 고위 공직자의 탈세의혹과 관련해 세무사가 ‘동네북’으로 취급돼 왔는데도 세무사회는 일체 대응하지 않았다. 이는 큰 잘못이다. 회원이 납부한 회비로 운영되고 회원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세무사회가 회원의 권익과 자존심이 짓밟히는 사건에 침묵한다면 그 존재 의미를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그나마 세무사회가 이번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겠다니 만시지탄이 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세무사는 국가가 시행하는 엄정한 시험을 거쳐 자격을 취득한 세무와 회계에 관한 전문인이다. 그러므로 세무사는 세무에 관한 최고의 전문인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 생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무사회가 세무사가 관련된 고위 공직자의 탈세의혹사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함에 따라 세무사의 자존심과 세무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큰 상처를 입은 게 사실이다.

세무사회 회원들은 이번 사건이 세무사의 명예와 자존심을 추락시키는 중대한 사건이라면서 세무사회에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회원으로서 당연한 권리다. 또 이번 사건은 과거 그 어느 사건보다 국민의 관심이 크다. 그러므로 세무사회는 이번 사건의 사실관계․책임소재를 비롯한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조사결과 지금까지 잘못된 점이 있으면 반성하고, 앞으로 유사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이번 사건의 조사와 조사결과 처리과정에서 관련 세무사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돼야 함은 물론이다.

한편, 이번 대법원장의 세금신고누락 사건을 계기로 국민의 성실한 납세이행을 조력하는 세무사 개개인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하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대부분의 세무사가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지만, 극히 일부 세무사라도 직무를 소홀히 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의뢰인에게 돌아가고 세무사 자신의 신뢰를 떨어뜨림은 물론 전체 세무사의 자존심에 먹칠을 하기 때문이다.

세무사의 가치와 자존심은 세무사 스스로 지켜야 한다. 세무사가 자신의 가치와 자존심을 허문다면 누가 이를 지켜주겠는가. 이제 공직자의 탈세의혹 사건과 관련해 세무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세무사의 자존심이 더 이상 상처받아선 안 된다. 세무사회와 세무사들이 이번 사건을 제도와 시스템을 개선해 세무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자존심을 회복하는 계기로 활용한다면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될 수 있다.

/ 2007. 1. 8. 조세일보,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