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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크(DINK)족을 아시나요? 박상근 경영학박사 06.12.19
저출산․고령화가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 오른 가운데 맞벌이를 하며 돈과 출세를 인생의 최대 목표로 하는 딩크(DINK: Double Income No Kid)족이 젊은이들의 대표적 생활 패턴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자신들만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다.

딩크족과 같이 젊은 세대들의 가치관이 변해 합계 출산율이 세계 최저인 1.08명으로 떨어지고 있는데도 정부는 이를 방치했다. 정부가 그동안 아이를 낳는 것이 ‘사회적 의무’라는 사실을 젊은이들에게 집중 홍보하는 등 출산분위기만 조성했더라도 이렇게 출산율이 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출산억제정책이 성공한 ’70~’80년대에 다자녀 부모가 미개인으로 취급받을 정도로 정부가 출산을 자제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했던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뒤늦게 정부는 세금을 더 거둬 저출산을 해결하겠다는 안이한 대책을 내 놓았을 뿐이다. 책임지는 공무원도, 책임소재를 거론하는 국회의원도 없다. 합계 출산율 1.08명이 계속된다면 우리나라는 2015년을 정점으로 인구가 줄기 시작하고 2800년엔 0명이 된다. 국가운영과 개인생활에 있어 과거 어느 때보다 큰 위기가 닥칠 수 있음을 예고한다.

저출산의 위기는 당장 교육계에서 불거졌다. 최근 정부는 학생수가 감소하니 교사 숫자를 줄여야 한다면서 내년에 초등교사를 올해(6585명)의 65.9%에 불과한 4339명만 뽑겠다고 밝혔다. 이에 전국 교대 학생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오는 등 교육계가 흔들리고 있다. 이웃 일본에선 세금, 보험료 부담이 늘어나는 반면, 그동안 누려오던 연금과 복지혜택이 줄어들기 때문에 고통을 당하는 노인들이 많다고 한다. 세금 내는 젊은이는 줄고 세금을 쓰는 노인들은 늘어나는 ‘저출산․고령화’가 원인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젊었을 때 아이 안 낳은 대가를 지금과 미래에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출산율을 높일 수 있을까. 먼저 호주의 사례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호주 정부는 젊은 세대들에게 앞으로 본인들(부모)을 먹여 살리고 나라를 이끌 주역은 자신들의 자녀들임을 집중 홍보해 출산율을 높였다. 호주 정부는 국민에게 ‘출산의 의무’를 강조하며 “자녀 한명은 부인을 위해, 다른 한명은 남편을 위해, 또 한명은 국가를 위해 낳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 결과 지난해 신생아 수가 1992년 이후 최고 수준인 26만1400명을 기록했다.

딩크족을 비롯한 젊은 부부들은 생활비에다 내 집 마련에 평생 매달려야 할 처지다. 여기에다 자녀 한명이 대학을 마치기까지 2억2천만 원(보건사회연구원 발표)의 교육비가 들어가는데 감히 출산을 생각할 수 있겠는가. 결국 돈이 출산을 가로막고 있는데 맞벌이 부부로부터 세금을 더 거두는 세제개편을 비롯해 출산을 억제하는 정책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미국경제가 호황기를 맞자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갖는 듀크(DEWK: Dual Employed With Kid)족이 늘어났다. 최근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팀은 “지난해 시․도별 합계 출산율과 실업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실업률이 높은 지역일수록 출산율이 낮았다”는 보고서를 내 놓았다. 이는 돈과 직장이 있어야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갖는 다는 것을 의미한다.

젊은 세대의 출산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게 선결과제다. 정부는 젊은이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본인과 국가의 미래에 대비하는 사실임을 적극 홍보해 출산이 ‘사회적 의무’라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 그리고 우리 재정 여건상 획기적으로 자녀양육비를 지원해 출산율을 높이기는 어려우므로 경제를 활성화 시켜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경제가 좋아지면 ‘딩크족’이 ‘듀크족’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2006.12.19. 헤럴드경제, 헤럴드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