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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장려세제(EITC) 도입에 즈음하여... | 박상근 경영학박사 | 06.11.28 | |
정부는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차상위 계층의 근로유인을 높이고 근로자에게 실질소득을 지원해 일을 통한 빈곤탈출을 유도할 목적으로 올 정기국회에서 ‘근로장려세제(EITC)’의 도입을 추진 중에 있다. 우리나라가 도입하고자 하는 근로장려세제의 효시는 미국이다. 미국은 1975년부터 근로소득보전세제(EITC)를 시행해 저소득층에 대한 일자리창출과 소득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2003년 기준으로 전체 노동참여 인력의 19% 정도인 연간 약 2,800만 명이 380억 달러(우리 돈으로 약 38조 원)의 EITC를 수령하였다.
최근 감사원 평가연구원은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하에서는 열심히 일해서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탈출하기보다 근로활동을 자제하고 제도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근로소득보전제도(EITC)의 도입을 통해 근로를 유도하면서 소득을 보장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 대상(4인 가족 기준 월 소득이 원 미만)을 약간 벗어난 차상위 계층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근로장려세제(EITC) 도입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근로소득보전세제가 성공한 미국의 사레를 볼 때 우리나라가 도입하고자 하는 근로장려세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환경개선, 재원마련, 소득파악율 제고 등 기본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선결과제다. 첫째, 일자리 창출과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다. 근로장려세제에 의거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근로자가 일을 해야 하며, 일정 소득수준 이하의 근로소득을 벌어야 하는 요건을 갖춰야 한다. 지급되는 금액은 근로자가 직장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보전율(補塡率)을 곱해 산출된다. 그러므로 직장이 없는 근로자는 근로장려세제의 대상이 아니다. 현재와 같이 일자리가 없어 구직난에 빠진 한국의 노동시장에 근로장려세제를 도입한다면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먼저 기업으로 하여금 일자리 창출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특히 여성 노동공급의 증가가 예상되므로 이들이 필요로 하는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근로자의 원활한 노동시장 이동이 가능한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증대돼야 한다. 둘째, 충분한 재원 마련이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근로장려세제안에 따르면, 지급되는 근로장려금은 부부의 과세대상 근로소득을 합산한 금액을 기준으로 연간 근로소득금액이 800만원 이하 가구는 근로소득×10%, 연간 과세대상 근로소득금액이 800만원~1200만원인 가구는 80만원 정액지급, 연간 과세대상 근로소득금액이 1200만원~1700만원인 가구는 (1700만원-근로소득)×16%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근로자적용 1단계인 2007년에서 2009년은 연간 약 1천 500억원, 근로자적용 2단계인 2010년부터 2012년은 연간 4천억원, 사업자 확대단계(3단계)인 2013년부터는 연간 약 1조원, 전면시행단계(4단계)부터는 연간 약 2조 5천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가 재원확보의 어려움을 감안해 제도 도입 초기에는 최소한의 인원을 대상으로 시행해 보고, 제도의 실효성과 재원확보 수준을 봐 가면서 적용대상을 확대하고자 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앞으로 근로장려세제가 근로를 장려하면서 영세근로자의 소득을 보존해 주고자 하는 기본 취지에 맞게 운영돼야 할 것이고 정치적 목적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근로장려세제 적용 대상자에 대한 정확한 소득 파악이다. 미국은 세금을 내는 근로소득자가 83%에 이를 정도로 근로소득에 대한 과세가 정상화 돼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세금을 내는 근로자가 53%에 불과하다. 또 사업자의 50%가 소득세과세미달자이고 소득세를 내는 사업자의 50%정도가 장부를 기장하지 않는 상태에 있다. 소득세과세미달자와 장부를 기장하지 않는 사업자가 총 사업자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조세환경에서 사업자에 소속된 근로자의 임금이 제대로 파악될지 의문이다. 정부는 사업자가 임금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가산세 부과 등 영세사업자에 소속된 근로자의 임금파악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영세사업자가 임금을 노출시킬 경우 아무런 인센티브가 없으면서 4대 공적보험과 세금으로 15%(사업자: 8%, 근로자: 7%)의 부담이 새로이 생긴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가산세 2%를 물린다 해서 사업자가 종업원 임금을 제대로 신고할 지 의문이다. 영세사업자가 임금신고를 제대로 이행하도록 하려면, 사업자가 소득을 노출하도록 유도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면 사업자는 소득금액 계산에 임금을 비용으로 계산해야하기 때문에 근로자 임금은 자연적으로 노출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근로장려세제 도입의 성공조건인 일자리 창출과 대상자에 대한 정확한 소득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 있다. 이와 같은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지 않고 선진국의 성공 사례만 바라보고 섣불리 제도를 도입할 경우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한 장려금의 불법청구로 인한 재원 낭비 등 심각한 도덕적 해이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노동시장의 환경개선, 재원마련, 소득파악율 제고 등 근로장려세제가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데 행정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 2006.12.1. 월간 경리, 경리인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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