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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6억원 초과 아파트를 가진 죄 박상근 세무사 06.09.14
“한국에서는 6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규제가 왜 이렇게 많아요?” 10년 전에 미국으로 이민 간 후 국내에 있는 주택을 팔려고 최근 잠시 귀국한 후배가 세무사인 필자에게 던진 질문이다. 세무전문가인 필자도 우리니라에서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규제가 9가지에 달할 정도로 많은 사유와 모든 규제 기준이 한결같이 6억원인 이유를 속 시원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미국에선 6억원이라고 콕 찍어서 부동산을 규제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가지고 있는 집 가격이 6억 원을 넘는 고가주택이 되는 순간부터 무슨 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세금을 비롯한 온갖 규제가 따라 붙는다. 6억원을 초과는 고가주택에 대한 규제는 취득․보유․양도의 모든 단계에 세금을 비롯한 8가지 각종 규제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첫째, 취득단계에서는 고가주택 취득에 취득세가 중과된다. 일반적인 취득세 세율은 취득가액의 1%(2006.8.31 이전 취득 분은 2%)이다. 그런데 지방세법상 고급주택을 취득하는 경우 취득세가 일반세율의 5배로 중과된다. 그러므로 고급주택 취득세율은 5%이다.

그리고 투기지역에서 분양되는 아파트의 분양가액 또는 취득가액이 6억 원 이상인 경우 중도금 대출액이 대폭 줄어든다. 대출금액을 정하는 기준이 종전의 담보인정비율(LTV)이 적용되지 않고, 부채원금과 이자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감안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또 다가오는 9월말부터 강남․분당․목동 등 24곳의 주택거래신고지역에서 6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을 구입할 경우 자금조달계획과 실제 입주여부를 신고해야 한다. 이에 따라 부동산시장에선 주택 매수세가 위축돼 거래가 부진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둘째, 보유단계를 보면, 공시가격이 6억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은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이 된다. 그리고 고가주택 임대에 대해서는 임대소득에 대해 종합소득세가 과세된다. 국내에 주소를 둔자가 1채의 주택을 임대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과세되지 않는다. 그러나 공평과세측면에서 고가주택은 1채를 임대하더라도 임대소득에 대해 종합소득세를 과세한다. 또 6억원 이하 주택의 전년도 대비 재산세 증가 상한이 5~10%인 반면, 6억원 초과 주택의 전년도 대비 재산세 상한은 50%이다.

또 2007년부터 역모기지론이 도입될 예정인데 공시가격이 6억원 이하 집 한 채만 갖고 있는 만 65세 이상 노년층이 대상이다. 역모기지론이란 소유하고 있는 주택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맡기고 매월 일정 금액을 연금식으로 받는 상품을 말한다. 2007년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가입자가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지급받는 종신형 상품이 처음 나올 예정이다.

셋째, 양도단계에서는 양도세가 중과된다. 국내에 주소를 둔 거주자가 1세대 1주택을 양도하는 경우 양도소득세가 비과세 된다. 하지만 양도가격이 6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 1세대 1주택이라도 양도가액 중 6억원을 초과하는 양도금액에 해당하는 양도차익에는 양도소득세가 과세된다. 그리고 취득당시 고급주택 또는 고가주택에 해당하는 경우 조세특례제한법상 감면대상이 되는 장기임대주택, 신축임대주택, 미분양주택, 신축주택취득에 해당되더라도 양도소득세가 감면되지 않는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고가주택 기준은 1999년도에 정해진 것으로서 7년이 지났다. 그동안 경제성장률을 연 평균 5%로 잡더라도 약 40%, 연 평균 물가상승률을 3%로 잡으면 약 20%, 계 60%의 집값 상승요인이 있었다. 또 2003년의 10.29대책, 2005년의 8.31대책을 비롯한 공급과 수요의 시장원리를 무시한 정부의 부동산대책으로 집값이 오른 것을 감안하면 그동안 집값 상승률은 훨씬 높았을 것이다.

1999년 소득세법에서 고급주택을 ‘전용면적 50평 이상, 실거래가 6억 원 이상’으로 정할 당시 고가주택에 해당하는 주택은 1만3000여 가구에 지나지 않았다. 이제 6억원이래야 서울 일부지역에서는 30평형대 아파트 가격이다. 얼마 전 한 부동산포털업체 조사에서는 수도권에서만 6억 원 이상 아파트가 34만 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의 20%, 수도권 아파트의 10%가 고가주택에 해당하는 것이다.

정부가 7년 전에 고가주택을 6억원으로 정한 취지는 고가주택을 양도한 경우 양도소득세를 과세함으로서 공평과세를 실현하기 위함이었다. 그 후 이 고가주택기준이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 , 1세대 1주택 임대소득 과세기준 , 재산세 감면기준, 주택담보대출 규제기준 등으로 무차별적으로 이용됐다.

주택은 국민의 생활터전이기 때문에 규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정책당국자가 주택 규제기준을 정할 때에는 규제의 목적, 당시의 경제상황과 주택가격 수준, 규제대상의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합리성과 유연성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기준과는 거리가 먼 경직적인 잣대로 고가주택 기준을 정해왔다.

예컨대 2005년 종합부동산세법을 만들 당시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을 제반 여건을 고려해 9억원으로 정하는 합리성을 발휘하는 듯했다. 하지만 정책당국자가 투기억제에 세금을 전가의 보도로 활용하고, 고가주택을 6억원으로 보는 금과옥조 적인 생각이 다시 살아나, 법 시행 1년이 지난 시점인 2006년에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을 6억원으로 되 돌려놓았다.

정부와 정치권의 고가주택에 대한 잣대가 원칙 없이 오락가락하는 사이에 1세대 1주택이면서도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물어야 할 납세자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더구나 1세대 1주택을 가진 소득 없는 노년층을 비롯한 애꿎은 국민이 세금 덤터기를 쓰게 됐다.

앞으로 “정부의 고가주택에 대한 생각이 언제쯤 바로잡혀질까.” 이를 목마르게 기다리는 국민이 헛된 생각만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를 기대해 본다.

/ 2006. 9. 14. 조세일보,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