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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 없는 증세위주의 세제개편 박상근 경영학박사 06.08.30
올 정기국회에 제출될 정부 세제개편안이 발표됐다. 먼저 기업지원세제를 보면 투자와 연구개발에 대한 세제지원은 그대로이고, 기초 원자재에 대한 관세율을 인하한 정도다. 우리 경제는 10대 그룹의 잉여금이 145조 원에 이른다. 돈은 있는데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다. 투자규모는 외환위기 직전 수준이고 일자리는 계속 줄고 있다. 올 7월 중 새로 생긴 법인 수는 1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경제는 바닥인데 정부가 기업투자를 부추기는 세제 도입과 감세를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중산서민층관련 세제는 절세형 금융상품의 세제혜택이 대폭 축소되는데다 독신과 맞벌이 부부가 혜택을 받아 온 ‘소수공제자 추가공제’가 폐지된다. 이이 따라 독신과 자녀가 1인 이하인 맞벌이 근로자 430만 명이 내년에 5500억원의 세금을 더 내개 됐다. 반면 자녀가 2명 이상인 근로자와 자영업자에게 세금혜택을 주는 ‘다자녀 추가공제’가 도입된다. 정부가 씀씀이를 줄이지 않고 자영업자의 탈세가 만연한 가운데 근로자의 유리지갑을 털어 저출산 해소 재원을 마련하려는 세제개편에 독신과 맞벌이 근로자가 수긍할지 의문이다.

2008년부터 도입되는 근로장려세제(EITC)는 일을 하는 저소득 근로자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복지제도다. 이 제도를 도입한 선진국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는 도입의 기반이 되는 근로자의 소득파악, 일자리 창출, 재원마련 등 어느 것 하나 갖춰진 게 없다. 정책실패로 재원만 낭비할 가능성이 크므로 제도 도입 시기를 늦추는 게 옳다.

한편 고소득자영업자의 세원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세제를 보면 정부는 신용카드사용이 정착됐다고 보고 현금거래를 양성화하는데 세제와 세정을 집중하고 있다. 아직도 총 민간소비 대비 신용카드사용비율이 50% 수준으로서 연간 약 200조원이 세원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사업자와 근로자의 신용카드사용에 대한 세제혜택을 줄이는 추세다. 이는 눈앞의 세수감소를 우려해 장기적인 세수확보를 포기한 근시안적이고 비전이 없는 정책이다. 신용카드사용을 더욱 활성화시켜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율을 높일 수 있는 장기적 안목의 세제를 마련하기 바란다.

불성실신고가산세율을 현행 10~20%에서 40%로 올리는 개편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정부는 가산세율이 100%에 달하는 선진국을 예로 들지만 우리나라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 우리의 납세환경에서 일반적인 과소 신고는 현행 가산세율로도 충분하고, 고의적 탈세는 조세범처벌법에 정해진 대로 징역형 또는 포탈세액의 300%에 해당하는 벌금으로 다룰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 구태여 가산세율을 높이려는 것은 징세편의주의 적 발상이다.

우리나라는 국내 공장이 외국으로 나가고 외국인투자가 들어오지 않는 자본유출 국가다. 근래 삼성전자의 반도체공장이 세금 때문에 싱가포르로 간 것이 대표적이다. 외자유치를 위해 각 국가가 조세경쟁에 나서고 있는 이 때, 우리나라 세제 중에서 경쟁국에 뒤지는 분야를 찾아 개선하는 것은 미래에 대비하는 세제를 만드는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세제개편에서도 세수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관련 세제를 제대로 개편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소비세제도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폐지와 면세 조정, 특별소비세 과세물품 축소 등 다듬을 분야가 산적해 있다. 세수감소를 우려해 필요한 개편을 미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세제를 개편함에 있어 당장의 곳간만 생각해선 희망이 없다. 다음 세대와 공유해야 할 미래의 곳간도 중요하다. 올해 정부 세제개편안은 당장 내년에 쓸 재원확보에 치중한 나머지 기업의 투자촉진, 외자유치 지원, 중산서민층 지원, 소비세제 개편 등 미래를 대비하고 경제를 살리는 세제를 소홀히 다뤘다. 국회심의과정에서 보완돼야 할 것이다.

/ 2006.8.29. 조선일보, 독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