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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해체 부추기는 세제(稅制) 박상근 경영학박사 06.08.23
‘세금 때문에 이혼한다.’ 말로만 듣던 얘기가 아니다. 참여정부 들어 부동산 세금이 대폭 강화됨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종합부동산세는 동거가족 소유 주택을 모두 합산해서 세금을 매긴다. 예컨대 남편이 10억 원짜리 아파트, 아내가 5억 원짜리 단독을 가지고 있는 경우 15억원이 과세대상금액이다. 그러나 이들 부부가 이혼하게 되면 아내 소유 단독이 과세기준인 6억원에 미달하게 되므로 과세대상금액이 10억원으로 줄어든다. 그만큼 절세됨은 물론이다. 이혼을 부추기는 세제다.

다주택세대는 양도세과세에 있어 상당한 불이익을 받는다. 1세대 3주택인 경우 실거래가 적용, 장기보유특별공제 배제, 무조건 66%(주민세 포함) 단일세율로 양도세가 중과된다. 일반적인 경우 양도세 최저세율이 9.9%, 최고세율이 39.6%인데 비해 상당히 높은 세율이다. 1세대 2주택인 경우도 올해부터 실거래가로 양도세가 과세되고 내년부터 세율이 55%로 오른다. 이와 같은 중과대상 다주택세대를 가려냄에 있어 같이 사는 가족이 소유하고 있는 주택을 모두 합산해서 주택수를 계산한다. 양도세 역시 이혼과 가족해체를 부추긴다.

서울 강남에 아파트 2채를 갖고 있는 A씨(55세), 1채를 팔기 위해 친구인 세무전문가에게 상담했다. A씨는 친구로부터 “1세대 2주택이면 양도세가 4억원인데 아내 소유 단독을 합치면 1세대 3주택이기 때문에 세금이 9억원으로 늘어난다.”는 상담 결과를 들었다. 그리고 “현행 세법 하에서 절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농담이지만 아내와 이혼해서 따로 사는 방법뿐이다” 라는 말을 듣게 됐다. 하지만 세금을 이유로는 이혼할 생각이 없는 A씨, 퇴근 후 아내와 상의한 후 큰 고민에 빠졌다. 아내는 “세금 절약되는 금액이 5억원인데 이혼이 문제냐” 며 “당장 이혼 수속을 밟자”는 것이다.

부산에서 막내아들 내외의 효도를 받으면서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있는 B씨(68세), 본인 소유 아파트를 팔려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같이 사는 막내가 갖고 있는 집 때문에 1세대 2주택이 돼 추가로 부담할 양도세가 1억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B씨는 세금을 줄이기 위해 막내 내외를 내 보내야 하는 고민에 빠졌다. 세금이 부모봉양과 효도까지 가로막는다.

민법은 부부 및 가족 별산제가 기본이다. 세법도 같은 추세로 가고 있다. 금융소득 부부합산과세제도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폐지됐고, 가족이 공동으로 사업을 하는 경우 세대단위로 합산 과세하던 제도도 폐지됐다. 세대단위 합산과세는 민법과 세법의 기본정신에 배치된다.

세대단위 합산과세는 결혼한자와 대가족세대를 미혼인자와 핵가족세대에 비해 차별대우한다. 결혼해서 아내와 같이 산다는 이유로 세금을 더 내라면 어느 누가 수긍하겠는가. 이는 합리적 이유 없이 국민을 차별하기 때문에 위헌 가능성이 크고 ‘공평과세원칙’에 어긋난다. 또 세금은 국민생활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중립성원칙’에 비춰 봐도 문제다. 과잉규제는 세금을 피하기 위한 위장이혼․가족해체 등 편법과 탈법을 불러 사회적비용을 발생시킨다. 이러한 이유로 독일․일본․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세대단위 합산과세를 폐지하는 추세인데 우리나라는 반대로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투기억제 목적으로 도입한 세대단위 합산과세는 실효를 거두지 못하면서 이혼과 가족해체만 부추긴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우리 국민은 이제 세금 때문에 이혼과 가족해체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투기억제는 주택․금융정책으로 푸는 것이 효율적이고 정도(正道)다. 그러므로 정부 스스로 세대단위 합산과세를 폐지하는 것이 국민의 기본생활과 재산권을 보호하고 사회혼란을 막는 길이다.
/ 2006. 8. 23. 중앙일보, OPINION 열린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