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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래가 신고와 관련된 법 정비해야 박상근 세무사 06.08.21
지난해까지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에선 거래당사자가 정부에 거래가액을 줄여 신고할 목적으로 ‘다운계약서’ 작성이 오랫동안 일반적이고 광범위하게 이뤄져 왔다. 취득자는 취득금액을 낮춰 취득관련 세금을 줄일 수 있었고, 양도자 입장에선 양도가액을 줄여 양도세 부담을 낮출 수 있었으므로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부터 정부의 실거래가 파악시스템이 대폭 강화되고 있는데다 처벌이 강력해 허위계약서를 작성해 봤자 이득이 없게 됐다. 올 들어 부동산 거래시 시․군․구에 실거래가 신고가 의무화 됐고, 지난 6월 1일부터는 거래 당사자가 신고한 거래가액을 등기부에 기재하도록 했다. 그리고 거래가액을 신고 받은 시․군․구청장은 실거래가 관리시스템에 의해 성실신고여부를 검증한다. 또 세무서장과 지방자치단체장은 실거래가 신고 및 검증 자료를 근거로 세금을 매긴다.

이처럼 부동산 거래가액 허위신고에 대한 감독과 벌칙이 대폭 강화됨에 따라 지난해까지 관행처럼 이뤄져 온 다운계약서 작성이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이러한 현상은 실거래가를 부동산 관련 세금부과와 부동산정책에 활용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다. 이는 조세의 공평성과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긍정적인 효과와는 달리 정부가 실거래가 파악시스템 강화과정에서 관련법 정비를 소홀히 함에 따라 국민들은 상당한 불이익과 불편을 겪고 있다.

첫째, 국민은 과태료폭탄을 떠안게 됐다. 과소 신고한 금액을 기준으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가액 전체를 과태료 부과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이는 과잉규제에 해당하고 성실신고를 유도하는 입법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실거래가가 15억원이고 과소 신고한 금액이 3억원인 경우 과소 신고한 3억원에 해당하는 과태료 1350만원(3억원×1.5%×3배)이 불성실신고에 대한 처벌 금액으로 적정하다. 그런데 현행 규정은 신고한 금액 12억원까지 과태료 계산에 포함해 적정한 금액의 5배에 해당하는 6750만원(15억원×1.5%×3배)을 과태료로 물린다. 매도인․매수인과 중개인이 3억원을 허위 신고하는 데 관련된 경우 1인당 6750만원, 총 2억250만 원이라는 엄청난 액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이는 합리적 근거 없이 국민에게 ‘세금폭탄’에 이어 ‘과태료폭탄’을 안기는 것이다.

둘째, 양도자가 양도세 신과와 관련된 불편이다. 소득세법(동법 시행령 제169조 제1호 ‘라’목 및 ‘마’목, 제173조 제1항 제1호)은 양도인이 양도소득세 신고시 이미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한 실거래가 신고서류가 아닌 별도의 실거래가 확인용 서류를 제출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즉, 양도인이 제출하는 양도세신고서에 ‘양수자의 인감도장이 날인된 매매계약서 사본’과 ‘양수자의 인감증명서’ 첨부를 요구한다. 대부분 부동산 양도자는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양도세 신고를 위해 세무사를 방문한 후 이 사실을 알고 상당히 당황하게 된다. 그리고 부동산매매거래가 끝난 후 새삼스럽게 양도자가 양수자에게 인감도장 날인과 인감증명서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일어나는 경우 많다.

양도세 신고서류에 양수인의 실거래가 확인서류를 첨부할 것을 규정한 소득세법은 선행 법(先行 法)인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 및 등기부기재를 규정한 법과 중복된다. 이는 같은 사안을 두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중으로 국민의 경제활동을 규제하는 것이다. 그리고 소득세법에서 실거래가 확인용 서류를 별도로 요구한다 해서 이미 매도인과 매수인이 합의해서 시․군․구에 공동으로 신고하고 등기부에 기재한 거래가격 이 바뀌지 않는다. 그러므로 별다른 행정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국민 부담만 가중시킨다.

셋째, 취득관련 지방세 과세표준이 부당하다. 부동산 취득세와 등록세 과세표준을 정하고 있는 지방세법 제 111조 및 130조에 의하면, 취득세와 등록세 과세표준은 취득자가 신고한 가액이다. 신고가 없거나 신고한 가액이 시가표준액(주택: 공시가격, 토지: 공시지가)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시가표준액을 과세표준으로 한다. 그리고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제27조의 규정에 의한 신고서를 제출하여 동법 제28조의 규정에 의하여 검증이 이루어진 취득의 경우는 사실상의 취득가액을 과세표준으로 한다.

현행 부동산 취득세와 등록세 과세표준의 문제점은 취득자의 실거래가가 기준시가에 미달됐을 경우 이 실거래가를 과세표준으로 할 수 있는가이다. 예컨대 취득자 A가 공시지가가 10억원인 토지를 양도자 B로부터 실지로 7억원에 취득하고 관할 시군구에 거래가액을 7억원으로 신고했을 경우 취득세와 등록세 과세표준을 7억원으로 할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다.

위 사례의 경우 실거래가가 공시지가의 70%로서 과소신고 혐의금액 비율이 30%이다. 과소신고 혐의금액비율이 10%를 초과하기 때문에 실거래가 관리시스템에 의해 ‘부적정’으로 판정되게 돼 있다. 이 경우 취득세와 등록세 과세표준이 실거래가 7억원이 아닌 기준시가 10억원으로 세금을 내게 된다.

납세자가 실거래가 7억원을 취득세와 등록세 과세표준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실지조사를 받아야 한다. 실지거래금액이 7억원이지만 현행법체계에서 이를 인정받으려면 납세자가 상당한 어려움과 불편을 겪게 돼 있다. 정부는 실거래가 파악, 관리, 활용 시스템을 대폭 강화해 놓았다.

부동산 거래시 거래당사자가 거래가액을 허위로 신고했을 경우 엄청난 과태료를 물어야 하고, 공인중개사가 거래가액 허위신고와 이중계약서 작성에 가담한 경우 등록취소 또는 6개월 이내의 자격정지를 받게 되므로 거래가액 허위신고에 중개인의 협조를 받기 어렵다. 이러한 법체계하에서 거래 당사자가 신고한 거래가액이 정부가 정한 기준에 미달한다 해서 구체적 증거 없이 이를 실거래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고 행정편의주의 발상이다.

넷째, 세원이 대폭 늘어나는데도 세율은 인하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실거래가 파악시스템을 강화함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기준인 과세표준이 실거래가 수준으로 높아졌다.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높아짐에 따라 납세자가 물어야 할 부동산관련 세금이 거래가 위축될 정도로 대폭 늘어나고 있다. 세원이 확대되면 세율을 내리는 것이 정도인데 정부는 개인 간 주택거래세만 지난해 3.5%에서 올해 2.5%로 내렸고 기타 부동산거래세는 4%의 높은 세율을 그대로 유지했다. 기타 부동산도 실거래가 신고의무화로 과세표준이 대폭 현실화됐다. 기타 부동산 거래는 기업의 업무용 부동산 매입이 많기 때문에 제품의 원가와 관련이 깊다 그러므로 기업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는 국민 재산의 83%가 부동산이므로 부동산관련 제도는 대다수 국민의 권익과 직결된다.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민의 부담과 불편을 최소화하는 배려는 더욱 중요하다.

그러므로 부동산 거래가격을 허위로 신고한 경우의 과태료를 적정한 수준으로 낮추고, 매도인이 부동산 양도세를 신고할 때 제출해야 하는 실거래가 확인용 서류를 ‘시․군․구에 신고한 계약서 사본’과 ‘거래신고필증’으로 가름하는 방향으로의 법개정 등 실거래가 신고의 실효성을 거두면서 국민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취득세와 등록세의 과세표준을 취득자가 시․군․구에 신고한 거래가액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예외적으로 거래가액을 신고하지 않은 경우, 거래가액의 표시가 없는 경우에만 시가표준액을 과세표준으로 하고, 신고한 거래가액을 검증한 결과 확인된 취득가액이 있는 경우 이를 과세표준으로 하는 방향으로 지방세법을 개정하는 것이 현행법체계상 적법하다.

또 정부는 주택거래에 대한 거래세만 2% 수준으로 인하할 게 아니라 주택외의 건물과 나대지 등 모든 부동산관련 거래세율을 2% 수준으로 인하해야 한다. 한편 2007년부터 모든 부동산 양도에 대해 양도세가 실거래가로 과세돼 양도소득금액이 현실화된다. 이에 따라 양도세율을 인하해 적정한 세부담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공평과세원칙에 맞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에 기여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이다. 이러한 방향으로의 세제개편은 정부의 세제운영 기본방향인 ‘넓은 세원, 낮은 세율’과도 맞는다.
/2006.8.4. 조세일보, 논단.